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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을 외우는 아이와 공식을 만드는 아이, 어떤 쪽이 더 멀리 갈까요?
베트남 고교 졸업시험 A01 블록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뒤 한국 굴지의 대학 진학으로 화제인 학생은, SAT 만점과 IELTS 8.0 같은 화려한 점수보다 '암기를 거부하는 공부 방식'으로 주목받았습니다.
그녀가 쓰던 '원리 이해'와 '메타인지' 학습법이 무엇인지, 그리고 가정에서 바로 따라 할 수 있는 5가지 실천법까지 단계별로 정리했습니다.
1.화제의 주인공, 호앙 흐엉 지앙은 어떤 학생인가
최근 베트남의 한 학생이 미국 아이비리그와 서울대학교의 러브콜을 뒤로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선택했다는 소식이 큰 화제가 됐습니다.
주인공은 호앙 흐엉 지앙(Hoang Huong Giang) 양으로, 베트남 하노이사범대 부설 영재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며 이미 세계적인 수준의 학업 능력을 입증한 인물입니다.
그녀의 성적표를 보면 먼저 SAT 만점 1600점과 IELTS 8.0이 눈에 들어옵니다. SAT는 미국 대학 입학 자격시험의 최고점수가 1600점이고, IELTS 8.0은 국제 공인 영어 능력시험에서 매우 뛰어난 수준을 의미합니다.
여기에 베트남 대입에서도 A01 계열(수학·물리·영어)에서 top 3 이내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 정도 성과라면 누구나 '천재'라는 단어를 떠올리지만, 이번 화제의 핵심은 점수 자체가 아니라 그 점수를 만든 공부 방식에 있습니다.
인터뷰에서 그녀는 공부 비결을 '암기 대신 원리 이해'라고 표현했고, 한국 음악을 듣거나 드라마를 보며 휴식하는 학습·휴식 균형도 중요하게 여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녀의 사례를 발판으로, '원리 이해'와 '메타인지'라는 두 학습 원리가 교육학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일반 가정에서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를 단계별로 풀어보겠습니다.

2.암기 대신 원리를 이해한다는 것의 의미
흐엉 양의 공부 방식 중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공식 암기를 지양하고, 왜 그런 공식이 나오는지 원리를 이해하고 직접 증명하는 과정을 중시한다는 점입니다.
물리학과 수학에서 특히 이런 태도가 두드러졌다고 알려졌습니다.
단순히 외운 공식은 시간이 지나면 쉽게 흐려지지만, 공식이 어떤 가정에서 출발해 어떤 논리적 단계로 도출됐는지를 이해하면, 응용 문제가 나와도 본질에서 출발해 풀어낼 수 있습니다.
같은 문제를 푸는 데 들어가는 노력이 비슷해 보여도, 장기 기억과 문제 해결 능력에서 두 방식의 결과는 크게 갈립니다.
교육학의 근거: 깊이 있는 처리(Deep Processing)
흐엉 양의 학습 방식은 교육학에서 말하는 '깊이 있는 처리(Deep Processing)'와 메타인지(Metacognition) 학습법과 일맥상통합니다.
깊이 있는 처리란 단순히 정보를 암기하는 표면적 처리(Surface Processing)와 달리, 정보의 의미를 이해하고 기존 지식과 연결하며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이런 깊이 있는 처리가 장기 기억 형성과 전이 학습에 훨씬 효과적임은 여러 후속 연구들을 통해 일관되게 보고됐습니다.
예를 들어 수학 공식을 외우는 것보다, 그 공식이 유도되는 과정을 이해하고 직접 증명해 보는 것이 깊이 있는 처리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흐엉 양은 공식을 암기하기보다 원리를 이해하려 노력했고, 자신의 학습 방식을 스스로 조절했는데, 이런 모습은 메타인지 능력이 높을 때 보이는 특징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메타인지 능력이 뛰어난 학습자는 자기 주도 학습 능력, 문제 해결 능력, 학업 성취도에서 모두 일관되게 높은 경향을 보입니다.
파인만 학습법과의 유사성
흐엉 양의 학습 방식은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파인만(Richard Feynman)이 제시한 학습 철학과도 매우 닮아 있습니다.
파인만 학습법은 개념을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 네 단계를 거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첫 번째는 개념 선택입니다.
배우고 싶은 개념을 하나 정합니다.
두 번째는 설명으로, 그 개념을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설명하듯 종이에 적어봅니다.
세 번째는 부족한 부분 파악으로, 설명하는 과정에서 막히거나 이해가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찾아냅니다.
네 번째는 재학습 및 단순화로, 부족한 부분을 다시 학습하고 더 단순하고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을 때까지 반복합니다.
이 학습법은 단순 암기를 넘어 개념의 본질을 깊이 이해하고 자신의 언어로 재구성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메타인지 능력을 키우는 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결과적으로 시험 성적뿐 아니라 새로운 문제에 부딪혔을 때 스스로 답을 만들어 가는 힘까지 길러줍니다.

3.일반 가정에서 따라 할 수 있는 흐엉식 공부 비결
이제부터는 흐엉 양의 사례와 교육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일반 가정에서도 자녀의 학습 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다섯 가지로 정리합니다.
1) 암기보다 이해를 강조하는 질문 습관 만들기
아이가 어떤 개념이나 사실을 접했을 때 단순히 외우도록 강요하기보다, '이게 왜 이렇게 되는 걸까?', '어떤 원리가 숨어 있을까?' 같은 질문을 던져 스스로 생각하게 유도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예를 들어 구구단 7단을 '7×1=7, 7×2=14...'라고 외우게 하기보다 '7에 1을 더하면 8인데, 7에 2를 곱하면 왜 14가 될까? 7을 두 번 더하는 것과 같다는 걸 알겠니?'와 같이 원리를 탐구하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 핵심입니다.
또 배운 내용을 부모님이나 친구에게 설명해 보도록 격려하면, 설명하는 과정에서 무엇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고 무엇을 모르는지 스스로 깨닫게 됩니다.
이 과정은 파인만 학습법의 핵심 원리이기도 합니다.
2) 메타인지 능력 향상을 위한 자기 성찰 기회 제공
아이가 매일 또는 매주 학습한 내용을 기록하고, 어떤 부분이 어려웠는지 어떻게 극복했는지, 다음에는 어떤 전략을 쓸지를 스스로 평가하도록引导하는 학습 일지는 메타인지를 키우는 가장 손쉬운 도구입니다. '오늘 공부한 것 중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니?',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시도했니?', '다음번에는 어떻게 공부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와 같은 질문을 곁에 두는 것만으로도 자기 성찰 습관이 자리 잡습니다.
오답 노트도 같은 원리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틀린 문제를 단순히 다시 푸는 데서 그치지 않고, 왜 틀렸는지 어떤 개념을 놓쳤는지 앞으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분석하게 합니다.
이 과정은 자신의 학습 과정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3) 호기심을 자극하고 탐구하는 환경 조성
아이가 엉뚱하거나 반복적으로 묻는 질문에도 성의껏 답해주고 '좋은 질문이야!'와 같은 긍정 피드백을 주어 호기심이 꺾이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질문은 탐구의 시작점이기 때문입니다.
책, 다큐멘터리, 박물관 방문, 과학 실험 키트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아이가 세상의 여러 현상에 관심을 두고 탐구할 기회를 주면, 특정 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와 흥미가 자연스럽게 자라납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실패는 학습 과정의 자연스러운 일부이며, 이를 통해 더 깊은 이해와 문제 해결 능력이 길러지기 때문입니다.

4.초등학생을 위한 흐엉식 학습 가이드라인
초등학생 시기는 학습 습관과 태도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는 때라, 흐엉 양의 공부 비결을 이 시기에 녹여 넣는 것이 특히 효과적입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탐구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다섯 가지 가이드라인을 제안합니다.
놀이처럼 배우는 원리 탐구
수학 문제를 풀 때 단순히 답을 맞히는 것보다 왜 그런 답이 나오는지 그림을 그리거나 블록으로 직접 만들어 보게 합니다.
예를 들어 분수의 개념을 배울 때 피자나 케이크를 나누는 활동을 곁들이면, '이게 왜 이렇게 될까?'라는 질문을 놀이처럼 자연스럽게 던질 수 있습니다.
나만의 설명책 만들기
아이에게 학교나 학원에서 배운 내용을 자신만의 그림이나 글로 표현한 '설명책'을 만들어 보게 합니다.
부모님이나 동생에게 자신이 만든 책으로 설명해 주는 시간을 가지면, 개념을 더 명확하게 이해하고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는 파인만 학습법을 초등학생 눈높이에 맞춘 버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작은 성공 경험 기록하기
매일 공부한 내용 중 '오늘 새롭게 알게 된 것'이나 '가장 재미있었던 것'을 짧게 적는 습관을 들입니다.
어려운 문제를 해결했을 때의 성취감을 스스로 인식하고 기록하게 하면 학습에 대한 긍정적 자기 인식이 형성됩니다.
스티커나 칭찬으로 작은 성공을 축하해 주는 것도 같은 효과를 줍니다.
오답 그림일기 쓰기
틀린 문제에 대해 '왜 틀렸을까'를 그림으로 표현하거나 짧은 글로 써 보는 오답 그림일기를 운영합니다.
받아쓰기에서 틀린 단어는 왜 틀렸는지, 다음에는 어떻게 맞힐 수 있을지 그림과 함께 적게 하면, 자신의 실수를 분석하고 개선하는 메타인지 능력이 자연스럽게 길러집니다.
질문 박스와 자유 탐색 시간
아이가 궁금한 점이 생겼을 때 언제든 적어 넣을 수 있는 '질문 박스'를 마련해 둡니다.
부모님은 주기적으로 박스 안의 질문들을 함께 읽고 답을 찾아보는 시간을 갖고, 정답을 알려주기보다 함께 찾는 과정을 통해 탐구심을 길러줍니다.
정해진 학습 외에 아이가 스스로 관심 있는 분야를 탐색할 수 있는 자유 시간을 충분히 주는 것도 자기 주도 학습 능력과 창의성을 키우는 데 중요한데요, 과학 실험, 독서, 만들기 등 아이의 흥미를 따라가는 활동이 그 출발점이 됩니다.

5.교육학이 말하는 메타인지의 힘
흐엉 양의 사례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키워드 중 하나가 메타인지입니다.
메타인지는 '생각에 대한 생각'으로,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어떤 학습 전략이 자신에게 효과적인지 등을 스스로 파악하고 조절하는 능력입니다.
흐엉 양이 공식을 암기하기보다 원리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자신의 학습 방식을 스스로 조절한 것은 높은 메타인지 능력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메타인지 능력이 뛰어난 학생들은 자기 주도 학습 능력, 문제 해결 능력, 학업 성취도에서 일관되게 높은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보고됩니다.
더 중요한 것은 메타인지는 타고나는 성질이라기보다는 훈련을 통해 길러지는 기술이라는 점입니다.
학습 일지, 오답 분석, 자기 평가 질문, 설명하기 활동처럼 의도적으로 자기 성찰의 순간을 만들어 주면, 초등학생 시기에도 충분히 자라나는 능력입니다.
결국 암기를 줄이고 이해를 늘리는 공부 방식의 핵심은 '외운 것을 기억하는 힘'이 아니라 '모르는 것을 스스로 알아차리고 채워 가는 힘'을 키우는 데 있습니다.
이 힘이 메타인지이며, 흐엉 양 같은 사례가 시사하는 가장 큰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6.정리하며 — 우리 아이에게 남길 공부 습관
호앙 흐엉 지앙 양의 사례는 단순히 뛰어난 암기력이나 문제 풀이 기술을 넘어, 개념의 본질을 파고드는 깊이 있는 사고력과 자신의 학습 과정을 스스로 조절하는 메타인지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줍니다.
이런 학습 방식은 단기 성적 향상뿐 아니라, 급변하는 미래 사회에서 필요한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과 자기 주도 학습 능력을 길러주는 핵심 역량으로 작동합니다.
가정에서 우리 아이가 흐엉 양처럼 스스로 빛나는 인재로 성장하도록 돕는 길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암기 대신 이해를 강조하고, '왜 그럴까?'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게 하고, 학습 일지와 오답 분석 같은 자기 성찰 습관을 작은 성공 경험과 함께 심어 주는 것.
이 세 가지를 꾸준히 실천한다면, 아이는 주어진 정답을 외우는 데서 한 발 나아가 스스로 답을 만들어 가는 사람으로 자라날 수 있습니다.
오늘부터 한 가지만 바꿔 보는 것부터 시작해도 충분합니다. '이걸 왜 외워?' 대신 '이건 왜 이렇게 될까?'라고 물어 보는 것.
그 작은 질문 한 줄이 우리 아이의 공부법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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