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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6월 29일, 멕시코 사포판의 기자회견장

     

    2026년 6월 29일 오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의 치바스 바예 베르데는 1990년생이든 1970년생이든 한국인 축구팬이라면 누구라도 멈춰 서게 만드는 공간이었습니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홍명보 감독이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다음 날인 28일(현지 시간) 그곳에서 마이크를 잡았기 때문입니다.

    SBS 보도에 따르면, 홍 감독은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는 인사말을 먼저 꺼냈습니다.
    임기는 원래 2027년 1월 아시안컵까지였지만, 본선 32강에도 들지 못한 결과 앞에서 반년여 일찍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습니다.

    "대표팀 감독이라는 자리를 내려놓는다. 하지만 대한민국 축구를 향한 마음까지 내려놓은 것은 아니다"라는 마지막 문장은, 월드컵이라는 무대가 어떤 무게를 지니는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키는 한 줄이었습니다.

     

    2.
    사퇴 기자회견 — "진심으로 죄송" 그 다음에 남은 말

    홍 감독의 사퇴는 사전에 예고된 형태가 아니었습니다. SBS는 베이스캠프 훈련장이었던 사포판의 한 숙소에서 진행된 기자회견 현장을 사진과 함께 보도했고, 홍 감독은 다음 세 가지 메시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첫째, 실패의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는 점.
    둘째, 대표팀이라는 직책을 내려놓되 대한민국 축구를 향한 시선은 계속 유지하겠다는 점.
    셋째, 다시 한번 국민에게 사과한다는 점입니다.

    지난 2024년 7월 8일,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 이후 KFA의 위원회에 의해 재선임된 홍 감독의 임기는 정확히 2년을 채우지 못했습니다. 1년여 기간 동안 월드컵 최종예선은 6승 4무 무패로 통과했지만, 평가전에서 브라질에 0-5, 코트디부아르에 0-4로 대패하며 경질 여론은 한 번도 잦아들지 않았습니다.

    그 무게를 결국 본선에서 그대로 안고 나온 셈입니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이라는 한국 축구 사상 최대 규모의 무대에서 32강 문턱에조차 닿지 못한 결과는, 감독의 사퇴 발언을 단순한 의례적 절차로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3. 32강 실패 — A조 3차전 결과와 최종 34위

    이번 대회는 사상 처음으로 참가국이 48개국으로 확대된 월드컵이었습니다.
    한국은 개최국 멕시코, 체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함께 A조에 배정됐습니다.

    SBS가 정리한 한국 국가대표팀의 A조 성적은 다음과 같습니다.

    상대 결과 비고
    체코 2-1 승 1차전
    멕시코 0-1 패 2차전
    남아공 0-1 패 자력 32강이 가능했던 3차전

     

    체코전을 잡았음에도 멕시코전과 남아공전을 연달아 내주며 한국은 A조 3위로 조별리그를 마쳤습니다. 3위 12개 팀 간의 추가 경쟁에서 한국은 10위에 그르며 탈락이 확정됐고, 48개국 중 최종 순위는 34위였습니다.

    2018년 러시아 대회 이후 8년 만의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기록은, 한국 축구가 국제 무대에서 손쉽게 16강을 밟던 시대를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16강까지 가려면 자력 3차전 승리 외에 다른 조 결과까지 맞아야 했고, 그 문은 결국 열리지 않았습니다.

     

     

    4.
    홍명보의 축구 인생 — 주장에서 대표팀 감독까지

    홍명보의 축구 인생은 다른 누구와도 같은 형태로 반복되지 않았습니다. 1990년 월드컵부터 2002년 월드컵까지 4회 연속 본선에 참가한 선수였고, 통산 A매치 136경기 10골의 기록은 2026년 6월 기준 대한민국 선수 2위에 해당합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는 주장으로 출전해 스페인과의 8강전 승부차기에서 마지막 키커를 성공시키며 아시아 팀 사상 첫 4강 진출을 완성했고, 대회 활약을 인정받아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이자 유일하게 브론즈볼을 수상했습니다.

    클럽 경력도 이례적이었습니다. 1992년 포항제철 아톰즈에서 프로 무대를 시작한 뒤 일본 J리그의 쇼난 벨마레와 가시와 레이솔을 거쳐 J리그 우승까지 경험했고, 2002년 잠시 포항으로 돌아온 뒤 미국 LA 갤럭시에서 2005년 은퇴했습니다.
    페란이 선정한 살아있는 가장 위대한 축구선수 100인 목록인 FIFA 100에 한국 선수로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것도 이 시기였습니다.

    지도자 시절도 길고 굴곡이 많았습니다. 2009년 U-20 대표팀 감독으로 첫 선임을 받은 뒤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을 이끌었고, 2013년부터 2014년까지는 성인 대표팀을 지휘해 브라질 월드컵에서 1무 2패를 받기도 했습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로 행정가로 활동한 뒤, 2020년 12월 울산 현대 감독으로 복귀해 2022년과 2023년 K리그 1 2연패를 달성하며 17년 만의 우승과 감독상을 동시에 가져갔습니다.

     

    5.
    선정 논란 — 공정성 의문과 경질 여론

    그렇지만 2024년 7월의 복귀는 우아하지 않았습니다. SBS 보도에 따르면,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가 다른 후보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홍 감독을 내정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이 사안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 질의로까지 번졌습니다. 정몽규 회장 등 일부 집행부가 외국인 감독 선호 기조를 보였다며 절차적 공정성을 문제 삼은 비판도 뒤따랐습니다.

    이러한 논란 속에서도 홍 감독은 월드컵 최종예선 6승 4무 무패라는 결과로 답했습니다.
    그러나 평가전에서 브라질에 0-5로 대패하고 코트디부아르에 0-4로 무너진 경기력은 경질 여론을 끊임없이 자극했고, 팬들 사이에는 "본선 가서도 이러면 어쩌나"라는 우려가 대회 개막 전부터 짙었습니다.

    본선 성적이 그 우려를 정면으로 확인한 형태였습니다.
    월드컵 감독으로서 한국을 두 번 이끌고 두 번 모두 조별리그에서 돌아간 인물이 된 것입니다.

     

    6. 7번의 월드컵, 1번의 4강 — 무엇이 남았나

    홍명보라는 인물은 한국 축구에서 독보적인 좌표입니다. SBS는 "선수와 코치, 감독을 통틀어 일곱 번째 월드컵 여정에 올랐던 홍 감독"이라 정리했고, 이는 한국 축구 역사상 유일한 기록입니다.

    선수로서 1990년 이탈리아·1994년 미국·1998년 프랑스·2002년 한일 4회, 코치와 행정가 시기를 거쳐 감독으로 2014년 브라질·2022년 카타르·2026년 북중미까지 3회 본선 무대를 밟았습니다. 2002년 한일 4강이라는 정점이 분명 존재하지만, 월드컵 본선 감독으로서는 두 번 연속 16강 진출을 완성하지 못한 채 사령탑을 내려놓았습니다.

    이번 2026 대회 결과는 또 다른 기록을 만들었습니다.
    한국 축구가 월드컵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한 것은 2018년 러시아 대회 이후 8년 만이며, 원정에서만 2회 연속 16강에 도전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선수와 코치 시절을 합치면 통산 세 번째이자 2회 연속 원정 16강 도전이었지만, 그 문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7.
    다음 감독은 누구인가 — 남겨진 과제

    사퇴 기자회견이 끝난 뒤 남는 질문은 명확합니다. KFA는 다음 사령탑을 누구로 선택할 것인가. 2027년 1월 아시안컵까지 6개월여 남은 상황에서, 이번 실패의 원인 진단과 함께 후임 감독 선임 절차의 투명성 회복이 동시에 요구됩니다.

    2002년 4강 신화의 주장이 24년 만에 월드컵 무대를 완전히 떠났습니다.
    그의 사퇴는 한국 축구가 더 이상 과거의 영광만으로 설득되지 않는 시대에 들어섰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기도 합니다.
    다음 감독에게는 이 시대적 무게를 견딜 수 있는 구상과 절차가 모두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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